우울(depression)은 병(우울장애)이기도 하고, 증상(우울증)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 어느 것도 아닌 일반적인 상태(우울, 우울한 기분)로도 쓰입니다. 흔히 슬픔이나 불행감도 비슷한 개념으로 혼동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슬픈 기분과 상태를 말하며, 분명한 이유와 대상이 있고 지나치게 오래도록 지속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것은 자연스런 심리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슬픔이 몇달동안 계속되는 경우는 드물고, 슬프기는 하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먹지를 못하며, 자기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슬픔과 불행감으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경우는 더욱이 드문 현상입니다.

우울증은 매우 흔한 병입니다. 이와 함께 매우 재발을 잘하는 병입니다. 하지만 치료도 비교적 잘되는 병입니다. 이제까지 우울증은 주로 스트레스, 정신적 갈등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울증에 대한 지식이 늘면서 이것은 일종의 유전병으로 대뇌의 기능 이상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따라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약물 치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정신적인 면이 원인에 있어서 그 중요성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치료와 예방에 있어서는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 동의어 :

병명 : 우울증(憂鬱症, depression)
관련단어 :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
조울증(躁鬱症, manic-depressive illness, MDI), 슬픔(sadness)

■ 정 의 :

아직 우울과 슬픔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우울증이라고 하면 단지 우울한 기분이나 슬픔과는 다음에서 다릅니다.

우울증의 핵심은 우선 슬프고 우울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예를 들면, 가족들에게 무슨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생각,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허무감 등)이 동반합니다. 그리고 불면, 식욕감소, 피곤함, 성욕 및 의욕 감퇴 등의 생리적 혹은 행동적 변화가 동반합니다. 우울증은 이러한 상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하는 것으로서, 일시적인 기분과 다릅니다.

따라서 우울증은 슬픔이나 일시적인 우울한 기분과 달리 명확한 질병 단위로 존재합니다. 우울증은 사실 의학에서 가장 오래된 명백한 질병 단위이며, 다른 질병이나 상태에 동반하여 증상으로 우울증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 증 상 :

1. 우울한 기분

슬프고 울적하고 비관적인 느낌을 갖습니다. 불유쾌한 기분도 있을 수 있고, 청소년들에게는 예민하고 짜증스럽기도 합니다. 또한 정상적으로 즐거워야 할 때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2. 생리적인 기능의 이상

두번째로 주요한 증상으로는 식욕이나 수면과 같은 생리 기능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입맛이 없기 때문에 먹지를 못하고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지만 억지로 먹어서 체중 감소가 별로 없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먹어서 체중이 느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울증에서는 불면증이 예외 없이 동반되는데, 잠이 들기도 어렵고, 잠이 들더라도 중간에 자주 깨고, 새벽에 일찍 잠이 깨서 뒤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환자들에서 수면검사를 해보면 여러 가지 이상 소견이 발견되곤 합니다. 식욕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우울증과 반대로, 항상 피곤해서 계속 눕고만 싶고 잠이 많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운동이나 활동도가 저하

자꾸 처지거나, 지나치게 안절부절못하여 객관적인 관찰이 가능합니다. 정신운동저하라는 증상이 있는데, 아무에게도 말을 건네지 않고 몇 시간씩 가만히 앉아 있거나 허공을 바라보고 있기도 합니다. 대화를 한다고 해도 귀찮다는 듯이 겨우 몇 마디만 하고, 내용도 빈약하고, 말소리도 느릿느릿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안절부절못하여 매우 신경질적이 되고, 심하게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같은 증상이 심하여 우울증보다는 오히려 다른 증상으로 오인되는 수가 있습니다. 심하면 같은자리에 오래 있지를 못하여 서성대기도 합니다. 이같이 운동 기능이 저하하면서 의욕도 떨어지고 에너지도 감소하여 쉽게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에 우울증 초기에는 이 문제가 병원을 찾는 원인이 됩니다.

4. 생각과 사고의 저하와 장애

'나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내가 살아서 가족들 짐만 된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며, 나는 정말 죄가 많다' 등의 무가치한 생각, 죄책감이 가장 흔합니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일을 피하게 되고,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생각이 저하되며, 기억력도 감소합니다. 따라서 평소 잘하던 것도 수행 능력이 떨어집니다.

극단적인 경우가 바로 죽음과 자살에 집착하는 것으로 '차라리 내가 없어지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길이다'라고 하면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심지어 실행에 옮기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살하는 사람들 모두가 우울증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너 같은 놈은 차차리 죽어버려라'와 같은 환청이 들리거나, '내가 몹쓸 병에 걸렸다.' 내가 과거에 큰 죄를 저질러 그것을 회개해야 한다"와 같은 죄책감이나 허무감이 주제가 되는 망상까지도 나타나는 수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에서는 이같은 일종의 정신병적 상태(특히 환청)가 약 절반(40~70%)까지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외에 분리불안, 공포증,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는 신체 증상 호소, 일탈 행동들이 청소년기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원인/병태생리 :

과거에 흔히 스트레스에 의해서 혹은 정신적 갈등에 의해 우울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후의 많은 연구들에서 사업 실패, 실연, 진학 좌절 등의 스트레스 사건과 우울증 또는 사건의 심각도와 우울증 정도 사이의 관련성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적다는 견해들이 제기되어 최근에는 이같은 개념이 퇴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울증은 유전병 그리고 대뇌의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스트레스나 정신적 손상, 갈등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이 나타나는 기질적 원인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단지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환경요인이나 성격적·정신적 요인은 일부 기여하는 보조적인 원인으로 간주됩니다.

■ 진 단 :

우울증의 진단에서 중요한 것은 우울 증상의 평가는 물론 다른 공존 병리 여부, 연관된 사회심리 및 학업 수행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의학적 진찰과 검사도 시행되어야 합니다. 진단은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이나 혹은 세계보건기구의 진단 지침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임상 면담 이외에 우울증을 진단하기 위해 특별히 사용되는 생물학적 검사는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 경과/예후 :

임상 증상에서 몇 가지 발달상 차이를 보입니다. 내인성 ·멜랑콜리아, 정신병, 자살 시도, 자살 시도의 치명률, 기능장애는 연령 증가에 따라 증가합니다. 반대로 분리불안, 공포, 신체 증상, 행동 문제는 오히려 아동기에 더 자주 관찰됩니다. 그 외에 아동기에는 우울증이 남녀에게서 비슷한 정도로 발생하는데, 청소년기가 되면 성인과 비슷하게 남녀비가 약 2대1이 됩니다.

아동 및 청소년기 주요 우울증의 평균 지속기간은 약 7~9개월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중 90% 정도는 1.5 ~ 2년이 지나면 호전되고, 약 6~10%만이 지속합니다. 재발의 위험성이 높은데, 2년까지 40%, 5년까지 70%가 재발합니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한 후에 재발율은 대략 60~70%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단극성 우울증 성인의 5년 후 재발률인 70%와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우울증 청소년의 20-40%가 초기 발병 후 5년 이내에 양극성 장애로 발전됩니다. 조기 발병의 경우, 우울증은 만성 경과를 밟는데, 평균 지속기간은 약 4년이며, 주요 우울증(70%), 양극성장애(13%), 물질남용(15%)의 위험도를 갖는다고 합니다.

우울증 기간 중 이들은 학업 수행, 대인 관계의 손상을 초래하는데, 이것은 우울증에 특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외에도 자살 위험성, 타살 사고, 흡연, 음주 및 기타 물질 남용의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 합병증 :

우울증 기간 중 이들은 학업 수행, 대인 관계의 손상을 초래하는데, 이것은 우울증에 특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외에도 자살 위험성, 타살 사고, 흡연, 음주 및 기타 물질 남용의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 치 료 :

청소년기 우울증은 본질적으로 성인기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치료도 이에 준하여 시행되지만, 인지 기능의 미숙, 내분비 계통의 발달 미숙, 학교나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점 등 몇 가지 치료에서의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치료는 1차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대로 정확한 진단과 포괄적인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자살 사고와 위험도에 대한 평가, 증상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원인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일반적인 치료 외에 약물 치료, 정신 및 인지행동 치료, 가족 치료 등이 요구됩니다.

심한 경우 등에서는 입원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일반적인 치료 원칙입니다.

우울증 치료의 일반적 원칙과 지침들

1. 초기 면담에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임합니다.
   
   • 우울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합니다.
   • 심리적 근원이나 갈등은 깊게 캐기 않습니다.
   • 자살위험도는 초기에, 그리고 자주 정기적으로 평가합니다.
   
   
2. 심리, 사회적 스트레스원이 있는지 평가합니다.
   : 스트레스 평가 및 대처방식에는 개인적 및 문화적 차이를 고려합니다.
   
   
3. 정신치료, 특히 인지행동 치료를 시행합니다.
   : 환자들은 부정적이거나 자기비하적인 태도를 취하기 쉬우므로 이를 교정하도록 합니다.
   
   
4. 중등도 이상의 심각도를 가질 경우에는 생물학적 치료를 우선합니다.
   
   • 심하거나, 자살위험도가 높을 경우에는 즉시 입원을 권유합니다.
   • 약물 치료의 경우에도 1주에 2회, 10~15분 정도 방문을 유지하고,지지를 해야합니다.
   • 첫 발병이후 적어도 16~20주는 치료를 해야합니다.
     
     
5. 입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입원 적응증)
   
   • 자살을 기도했거나, 자살의 위험도가 높을 때.
   • 증상-불면증, 초조감, 절망감, 감정 변화, 식욕 저하, 망상 및 환각 등이 심할 때.
   • 일을 포기하거나, 직장(혹은 학교)을 그만둘 정도로 기능상실이 있을 때.
   • 환자 자신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에 협조가 되지 않을 때.
   • 신체적 합병증이 있거나 신체적으로 지나치게 허약해졌을 때.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일단 우울증이 시작되면 그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어떤 치료가 우선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우선 식사, 수면 등 기본적인 생리 기능의 유지에서 시작하는데, 초기에는 가급적 환자의 내재된 갈등이나 감정을 파헤치는 것은 피합니다. 상담은 정해진 시간에, 자주, 너무 길지 않은 시간을 하는 것이 좋고, 심하지 않을 때는 가능한 정상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증상이 심해지면 약물 투여를 해야 하고, 입원이 필요한지, 자살의 위험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자세히 평가하여야 합니다. 회복기에 자살의 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잘 감시해야 하며,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너무 빨리 평소에 하던 업무에 복귀하는 것은 피하도록 합니다.

어느 정도 회복하더라도 너무 급하게 병 전에 하던 업무의 전반에 관여 하지 않도록 권유합니다.

약물 치료는 우울증에서 매우 중요한데, 흔히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삼환 계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s; TCAs)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약이 성인 우울증에서는 분명한 효과가 입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및 청소년기 우울증에서는 두드러진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못한데, 그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앞으로 좀더 규명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그 외에 제2세대 항우울제, 모노아민산화효소억제제(MAOI) 등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 사용되어왔으나 아동 및 청소년기 우울증에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고, 몇몇 연구에서도 그 결과가 미흡합니다. 최근에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nhibitors; SSRIS)에 속하는 몇 가지 항우울제가 개발되어 우수한 효능, 매우 적은 부작용, 광범위한 적응증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울증을 포함한 다양한 경우에 청소년 환자들에서 사용되는데, 개방 연구에서 70~90%, 이중맹검법에서 56%의 호전을 보여 위약(33%)에 비해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아직 충분한 자료가 확보된 건 아니지만, 삼환계 항우울제에 비해 장점이 많고, 효능도 높은 것으로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울증의 정신 치료는 최근에 인지행동 요법(cognitive-behavioral therapy; CBT)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인지 치료란, 자신과 세계에 대한 부정적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긍정적 ·적극적 태도를 갖게 하는 것으로서 심리적 고통, 증상에 수반되는 역기능적 사고의 직접적 수정을 통하여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우울증은 자신의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 인지행동 요법입니다. 대개 12~16주 동안 약 15~25회의 면접을 시행하는데, 각 면접 전에 환자와 치료자는 우선적인 문제에 대한 대강의 요지를 만들고 정신교육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치료자는 환자가 자기 문제를 대처할 수 있도록 이해를 시키는 안내자 역할을 하며 환자 스스로 숙제 등을 통하여 문제 등을 통하여 풀어나가도록 돕습니다.

이와 함께 환자 스스로의 행동을 통하여 만족과 보상을 얻는 방법과 우울증에 이르도록 한 행동 양상을 교정하는 행동치료적 방법을 습득하도록 합니다. 드물지만 역동적 정신치료에서는 아동기의 상실과 연관된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어 시행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천되지는 않습니다.

우울증은 잦은 재발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예방과 호전 후 재발 방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기간동안 유지치료가 요구됩니다. 특히 기분장애의 가족력을 가질 때, 우울 삽화의 조기 발병(20세 이전), 증상이 아주 심할 때는 주의를 요합니다.

이와 함께 아동 및 청소년,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에 우울증의 조기 발병과 예방, 유지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예방법 :

아직 확실하게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적어도 재발을 막거나 혹은 증상을 약화시키는 효과는 알려져 있습니다.

1. 가능한 한 규칙적인 일상생활(수면, 운동, 식사 등)을 매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평소 가장 즐기는 활동에 참여하여 대인관계를 계속 유지합니다.
3. 힘든 일, 마음속의 생각을 신뢰할 수 있는 가족, 친구와 자주 상의합니다.
4. 과도한 음주 및 습관성 약물, 수면(낮잠 등)을 피합니다.
5. 의욕 저하,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하면 곧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 이럴땐 의사에게 :

의욕 저하,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하면 곧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잦은 재발을 특징으로 하며, 유전적인 요인이 매우 많은 장애입니다. 따라서 재발의 조짐이 보이면 빨리 의사를 찾아 조기에 재발을 막도록 해야 합니다.